봉피양 방이점
외근으로 퇴계로에 갈일이 있어서 을지로에서 냉면을 먹을까 하다가, 주차도 번거롭고 해서 가는길에 오랜만에 봉피양 본점(방이점)에 들렀다.
평양냉면은 평양 대동강 근처에서 메밀 수제비 반죽을 국수로 뽑아서 찬 국물에 말아먹은 것이 시초라한다. 메밀은 글루텐 성분이 많지 않아 국수로 뽑기 까다로운 작물이라, 평양냉면이 보편화 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은 일이라 볼 수 있다고 한다.
평양냉면은 한마디로 말하면 동치미를 섞은 고깃국물로 맛을 낸 차가문 메밀국수다. 평양냉면은 세계적으로도 보기 힘든 차가운 고깃국물에 만 국수이고, 따라서 평양냉면은 일반적인 고기 국수하고 전혀 다른 맛을 내는 면 요리다. 냉면이라는 요리에서 빠질 수 없는게 조미료, MSG이고, 특히 평양냉면은 MGS가 도입되면서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사실 평양냉면에서 MSG가 빠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그리고 MSG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 된다.
요즘은 좀 덜해졌지만 공영방송에 있다가 종편으로 간 모 PD가 MSG가 안들어간 음식 파는 음식점에 '착한 식당'이라는 정신나간 이름을 붙여주면서 MSG를 쓰는 식당은 비도덕적인 식당으로 까지 평가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냉면이라는 음식에서 MSG는 빠지기기 힘든 재료 중 하나다.
평양냉면은 싫어하는 사람도 많지만 마니아가 상당이 많은 음식이다. 또 한국인 특유의 선민의식에서 비롯되는 정통성 논란(실제 요식업에 관련된 사람이 아닌 주로 냉면 마니아를 자칭하는 사람들에 의해)도 많지만 크게 우래옥 계열과 의정부 계열 , 장충동 계열과 을밀대로 분류되는 듯 하다.
봉피양은 우래옥 계열에 속하는 평양냉면집으로, 우래옥 계열의 평양냉면은 소고기만을 사용하는 육수와 메밀의 함량이 높은 면로 인해 맛이 아주 진하고 기름지다. 동치미 국물을 섞어 쓰거나 꿩, 닭 육수와는 달리 묵직한 느낌의 육수가 우래옥 계열 냉면의 시그너처다.
정말 오랜만에 왔다. 봉피양 냉면이 최애 냉면이라 회사 근처 분점에는 자주 갔었지만 본점에 온건 이사하고 나서 처음이다. 사실 본점이 다른 분점들에 비해 월등히 맛있다.
별관도 있다.
벽제갈비에서 운영하므로, 고기 구이 메뉴와 탕 메뉴가 있다. 가격이 좀 많 쎈데 여기 한우 채끝 등심 정말 맛있다. 그리고 그만큼 비싸다. 평양 냉면은 16,000원. 사실 평양냉면에서 비빔냉면은 오랑캐에 가까우므로 무시한다.
설렁탕과 갈비탕, 강곰탕등의 메뉴가 있다. 갈비탕은 가격으로 국내 최고급인듯 하다. 맛은 안 먹어봐서 모르겠다. 설렁탕은 정말 괜찮다.
육수가 일단 색깔부터 진하다. 사실 이 육수를 데워서 밥을 말면 그대로 곰탕이 된다. 의정부나 창충동 계열 냉면과의 차별점이 바로 이 육수다. 소고기 편육 두점과 계란 지단(삶은 계란이 아니다), 얼갈이 김치가 고명으로 올라가 있다. 육수가 워낙에 진해서 겨자는 사실 필요없다. 면발도 탄탄해서 식초도 필요없다. 당연 냉면에 겨자와 식초 안넣어 먹는 내 개인취향이다.
면을 풀기전에 국물을 맛을 보면, 저절로 감탄이 흘러나온다. 어떻게 물이 이런 맛을 낼 수 있는지 신비롭기까지 하다. 개인적으로 이 육수는 텀블러 테이크 아웃이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세상에 존재하는 물 중에 가장 맛있는 물이 아닐까 싶다. 우래옥 계열 냉면은 면을 말면 강한 메밀향이 육수맛을 금새 희석하므로 면을 말기전에 육수 맛을 반드시 봐야 한다. 면을 말기전에는 묵직하고 깔끔한 맛, 면을 말면 깔끔한 맛은 줄어들면서 구수한 맛이 추가된다. 둘 다 상당히 맛있지만 평양냉면을 먹을 때는 육수의 맛을 반드시 따로 봐야하는 것이 일종의 국룰이다.
편육 두점(한 사람당 두점)을 주는데, 맛있다. 사실 편육은 의정부 계열 냉면에서 면과 함께 먹는것이 제일 맛있다.
부심 가득한 마니아들 사이에서 봉피양은 평양냉면의 베리에이션 으로 치부되는(특히 동치미 국물이 배합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경향이 있는데, 모르겠고 개인적으로 평양냉면중에서는 봉피양이 최고다.
맛있다. 정말 맛있다. 신기하고 신비로울 정도로 맛있다.
위치: 서울특별시 송파구 양재대로 71길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