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그냥 냉면

대장동 고창면옥

Cold Noodle 2023. 6. 18. 12:47

전국에 모르는 사람이 하나도 없지만 어디있는지는 대부분 모르는 동네, 성남시 대장동은 살기 힘든 동네다. 음식점이 없다. 상가 대부분은 카페 아니면 미용실이고, 점심 한끼 때우려면 10분여를 걸어가서 하나 있는 중식집을 가거나 아니 차를 타고 터널을 넘어가야 한다. 소문에 의하면 성남 시장이 정치적인 이유로 준공 허가를 안내줘서 세를 못줘서 그렇다고도 한다.

 

그런데 최근에 고깃집에 몇 개 생기고 치킨, 피자집이 열리더니 "면옥"이름을 단 음식점이 하나 생겼다. 전북 고창에 있다는 고창면옥 프렌차이즈이지 싶다.

 

면옥이라면 1년내내 면을 파는 곳을 말한다. 냉면은 여름만 팔고 겨울에는 칼국수를 팔고.. 이런 곳에는 면옥의 이름을 붙이지 못한다. 면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면 면 요리에 꽤 자신이 있는 집이라는 뜻이다.

 

요즘 시내에서 또는 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냉면을 시키면 고기를 주는" 집이다. 물냉면과 비빔냉면이 있고, 비빔밥 갈비탕 메뉴가 있는데, 평양냉면이나 함흥냉면으로 구분될 수 있는 집이 아닌 듯하다. 이런 집의 육수는 대부분의 경우 둘 중 하나다. 액기스거나 아니면 MSG. 냉면에 MSG는 필요한 재료 중의 하나라고 한 적 있는데, 그건 그 집만의 육수 레시피에 MSG가 가미되었을 때 이야기고, 이런 집은 순수 MSG만으로 국물을 내는 경우가 많다. 엑기스를 쓰기도 하고 그 엑기스에 MSG를 섞는데 그 액기스라는게 MSG 만으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면은 직접 뽑은 면이 아닌 것은 확실해 보인다. 함흥냉면 면 같이 보일 수도 있지만, 맛을 보니 고구마 전분은 아니다. 아마 칡냉면이라 불리는 정체 불명 족보 불투명의 차가운 면에 사용하는 면발을 사용하는 듯 하다. 이런 면은 잘 삶아야 하는데, 면이 조금 뭉쳐있다. 오늘 사람이 많아서 완벽하게 삶지 못한듯 하다. 육수는 그냥 MSG 맛이다. 정직한 MSG의 바로 그 맛. 냉면 전용 MSG의 바로 그 맛. (그런데 사실 맛있다고 하기는 어려워도 이거 생각외로 꽤 먹을만하다).

 

그런데 가장 문제인 것은 바로 저 얼음이다. 

이건 냉면이 아니다. 빙수 국수라고 하는게 맞다.

 

한국 사람 시원한 것 참 좋아한다.  그 시원한 것이라는 것이 진짜 물리적으로 차가운 것이라는 것이 문제다. 맥주는 목넘김이라고 TV에서 선전까지 하는 것이 한국이다. 모든 음식에는 먹기 좋은 온도라는 것이 있다. 사실 맥주, 콜라, 사이다 등은 섭씨로 6도에서 10도 정도가 제일 맛있다. 레드 와인은 15도 정도일때 딱 좋은 향이 난다.

 

음식이 뜨거울 때는 분자들이 활발하게 움직여 공중으로 날아간다. 이때의 맛에는 후각이 개입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온도가 높으면 단맛은 증가하고 쓴맛은 감소한다.  음식이 식었을 때의 맛은 전적으로 혀의 미뢰에 좌우된다. 그런데 음식이 너무 차가우면 짠맛을 느끼는 미뢰외의 미각은  순간적으로 마비된다. 혀는 인간의 조직중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중의 하나인데, 이 민감한 조직에 차가운 얼음을 가져다 대면 당연히 문제가 생기게 된다. 즉, 맛을 느낄 수 없게 된다. 맥주에서 목넘김 운운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맛을 느낄새 없이 순식간에 목으로 넘어가고, 목이 따가우니 맥주의 맛을 느낄 수가 없다. 이런 빙수 국수는 더운 여름이니 시원한 짠맛, 그리고 마비가 풀리면서 느껴지는 약간의 단맛에 만족해야 한다. 단짠이니 맛이 없을 수는 없다. 그리고 '진짜' 맛있기는 정말로 힘들다.

 

맛을 못 느끼니 맛있다 없다 평할 수가 없다. 사실 맛이 느껴지지 않으니 정말 없는(Null) 것이다.

 

날은 더웠다. 다 먹었다.

사실 살면서 면이라는 음식을 남긴 건 손에 꼽는다.

 

위치

구글 지도에서 검색 안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