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을 먹을때 고기를 같이 먹으면 맛있다. 특히 돼지 갈비를 평양냉면과 함께먹으면, 흔히 고기를 냉면에 싸 먹는다고 하는 방법으로 고개와 냉면을 먹으면 아주 맛있다. 의정부 계열 평양냉면에서 제육이나 편육을 냉면과 함께 먹는 것은 당연히 되는 일이고, 봉피양같이 돼지 갈비와 냉면을 함께 하는 집에서 고기를 냉면에 싸먹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아주 대중적인 궁합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냉면을 주문하면 고기가 같이 나오는 냉면집이 생기기 시작했다. 시초는 아마도 2006년 서울 신림동에 개업한 육쌈냉면일 것인데, 양념 숯불고기(돼지고기)와 일반적인 냉면(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공장제 육수를 사용하는)을 함께 제공하는 메뉴를 개발하여 크게 성공했다. 현재 냉면 프랜차이즈계 1위이며, 1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오늘 저녁으로 먹은 줄벼락은 요즘은 흔한 고기와 냉면을 같이 주는 냉면집이다. 서울에 처음 오픈했고, 전북대학교, 광주 충장로, 전남대학교, 조선대학교 등 주로 호남지역에서 영업중인 육쌈냉면 계열의 프랜차이즈다.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냉면이 그렇듯이, 특별한 맛은 아니다. 동네 분식집에서 파는 공장제 면에 공장제 육수를 쓰는 조미료 냉면 맛.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냉면집에서는 그 이상과 그 이하의 사이에서 미묘한 맛의 차이가 존재한다. 이 공장제 육수라는 것이 닭대가리, 잡뼈, 내장, 부스러기 고기, 닭발 등 도축 부산물을 주 성분으로 만드는데, 맛이 고기나 뼈 한 두 부위만 넣고 만드는 육수보다 맛있을 수 있다. 위생에만 문제가 없으면 부산물은 아주 좋은 국물 재료인데, 여기에서는 공장제 육수에 냉면다시다를 섞어서 육수를 만드는 듯 하다.
이런 냉면집에서 봉피양이나 을지면옥 같은 육수와 면발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미묘한 맛의 차이가 존재하는데, 여기서 '맛있다'와 '맛없다'를 결정하는 가르는 것이 면을 삻는 것과 육수의 비율, 얼음의 비율과 고명의 신선함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맛의 차이는 여기서 발생한다.
면은 퍼지지 않았으면서도 적당한 탄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삶겨야 하고, '시원함'이 경쟁력이 되는 이런 형식의 냉면에서는 빙수 국수가 되지 않도록 적당한 정도의 얼음이 유지되어야 하며, 얇게 썬 무와 오이가 전부인 고명은 '식초에 쩔은' 형태가 아닌 적당한 정도의 신선함을 유지해야 한다. 특별한 맛을 기대할 수 없는 이런 프랜차이즈 냉면의 맛은 대부분 여기서 좌우된다.
대부분 시큼한 맛을 내는 다대기의 양도 중요하다. 면을 풀때 대부분의 얼음이 녹아 냉면을 먹을 때는 얼음이 씹히지 않는 정도가 좋고, 고명은 면의 맛을 해치지 않을 정도의 상큼한 맛을 내주는 정도가 딱 좋다. 특별할 것이 없는 프랜차이즈 냉면에서는 이런 요소들이 맛을 가른다. 가맹점마다 맛의 편차는 크지 않으나 또 가고 싶은 집이 있는 반면, 다시 가고 싶지 않은 불편한 맛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데, 프랜차이즈 점주의 재고 관리나 주방 관리에서 맛이 갈린다.
줄벼락 광주 충장로점은 프랜차이즈 냉면집으로는 훌륭한 편이다. 손님이 적지 않은 걸로 봐서 회전율이 좋아 고명이 쌓이지 않을 것이고, 얼음이 많기는 하지만(이 양은 매번 달라지지만 얼음은 조금 과한 편이다) 면을 다 건져먹고 육수를 마실 때 즈음엔 다 녹을 정도여서 혀를 마비시킬 정도로 차갑지는 않다. 면도 꽤 잘 삶아져서, 퍼져서 흐믈거리거나 딱딱함이 느껴지거나 하지 않는다.
냉면외에 비빔밥과 국수, 육개장 등의 메뉴도 있는데, 특별한 맛은 기대할 수 없는 프랜차이즈에서 기대할 수 있는 흔한 맛이지만 깔끔하게 나오는 편이어서 부담없이 한끼 먹고 싶을 때 나쁘지 않다.
서울에 비해 냉면집이 많지 않은 광주에서 냉면이 먹고 싶을때는 프랜차이즈 집에 가는 것이 제일 무난한데, 광주의 프랜차이즈 냉면 중에서는 제일 괜찮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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