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 갈 일이 있어 전날 포항에 이름난 냉면집을 검색했다. 부산에서 30년이 넘게 살았지만 포항에는 몇 번 가 본적이 없다. 따라서 포항의 냉면은 먹어본 적이 없다. 업무차 포스텍에 몇 번 방문한 적 있으나 혼자 냉면집을 찾아볼 시간이 안 되었고, 아침 일찍 갔다가 밤 늦게 온게 대부분이라 포항의 식당에서 냉면집을 찾아본 적은 없다. 이번에는 다행이 점심즈음에 시간이 되었고, 지역에서 이름난 냉면집의 냉면맛을 보고 올 요량으로 들뜬 마음으로 검색했다.
몇 군데 검색이 되었는데, 80년째 포항에서만 운영중이고, 3층 건물을 모두 식당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로타리 식당이 가장 많은 검색결과에 포함되고 구미를 당기게 했다. 포항에 도착하여 금방 일을 보고 식당으로 향했다.

로타리 냉면은 포항에서 50년간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유명한 로컬 식당중의 하나라고 한다. 포항에 갔다가 냉면 먹고 왔다고하면 왜 물회 같은 것을 먹지 않고 서울에서도 흔한 냉면을 먹고 왔느냐는 말을 듣기 일쑤인데, 물회의 도시라고 할 수 있는 포항에서도 50년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물회 식당을 운영한 곳은 찾기 어렵다. 한 자리에서 50년간 같은 음식으로 운영된 식당이라면 종류와 지역을 막론하고 찾아가서 맛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의미가 된다. 특히 냉면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는 꼭 찾아볼만한 음식점이기도 하다.
로타리 냉면은 1967년에 개업하여 50년이 넘는 세월동안 같은 장소에서 같은 메뉴로 영업해왔다고 한다. 특히 쉐프로 일하시는 분께서 28세에 일을 시작하여 80이 넘은 지금까지 같은 자리에서 육수를 만들고 면을 뽑고 계신다고 한다. 장인의 경지에 이르신분인데 포항을 비롯한 경북에서는 흔하지 않은 일이고, 50년간 같은 자리에서 같은 메뉴로 포항 지역의 대표 냉면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든 이유인 듯 하다.

메뉴는 단촐하다. 흔히들 한 두가지 메뉴만 있는 식당이 진짜 맛집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그런 말에 전혀 동의하지 않았고, 최근에도 크게 동의하지는 않지만 식당에 몇 가지 주력 메뉴만 있는 집은 그 메뉴만으로도 식당이 유지 된다는 뜻이다. 로타리 냉면은 3층 건물이고, 전층이 식당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방문했을때는 1층만 사용되고 있었고 흔적으로 2, 3층을 식당으로 운영한지는 꽤 된것 같았지만 3층 건물을 몇가지의 메뉴만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메뉴를 찾는 사람이 많다, 즉 맛있다는 의미이다.
물냉면, 비빔냉면 메뉴가 있고 수육메뉴. 끝이다. 갈비탕 같은 탕 종류나 불고기, 제육, 편육등의 메뉴가 없는 냉면집은 또 드물다. 이 3가지 메뉴만으로 50년간 같은 자리에서 운영되었다는 이야기인데, 맛을 보기 전에도 지역내에서 상당한 맛집으로 알려져 있고, 또 손님의 입맛을 만족시켰다는 이야기가 된다.

방문전 찾아본 기사에서는 100% 모밀(메밀) 면이라고 써 있었는데, 100% 메밀은 아닌듯 하다. 면의 빛깔만으로는 전분으로 뽑은 함흥냉면 면발의 빛깔이다. 언뜻 보기에 비빔냉면의 맛도 꽤 괜찮을 것 같다.
육수는 갈색이 감도는 투명한 빛깔을 띈다. 이는 간장 계열의 액체 조미료가 들어갔다는 의미이다. 면을 풀기전에 육수를 맛보니, 짜다. 엄청 짜다는 의미는 아니고 서울식 평양냉면의 '슴슴한' 맛에 비해 짜다. 짠데 뒷맛이 깔끔하다. 각 지역마다 지역에서 유명한 냉면집들이 있고, 평양냉면의 인기에 편승하여 평양냉면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판매되고 있는데 각 지역마다 냉면의 특징이 있다.
냉면 부심이 화제가 되고 부심이 조롱받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그렇다. 흔히 냉면 마니아로 불리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냉면을 먹는 규칙들이 있다. 면은 가위로 자르면 안되고, 함흥냉면의 계란은 제일 처음 먹어야 되며, 겨자나 식초를 섞어 먹으면 '냉면 맛을 모르는 초짜'라고들 한다. 이런 당치도 않은 '냉면 부심'이라는 것이 초창기에야 마니아들끼리 공유되던 것이니 문제될 것이 없었지만, 냉면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한국인 특유의 그 '선민의식'이라는 것이 발동되어 저런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타박하기 시작했다. 그 타박이 인터넷으로 번지면서 역으로 그 규칙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조롱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역타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것이 평양 옥류관이다.
남북 교류가 많던 시절, 정치인과 연예인, 경제인들이 평양에 방문하면 꼭 먹는 음식이 옥류관 냉면이다. "평양"에 있는 진정한 평냉의 원조 옥류관 냉면이 서울의 그것처럼 그렇게 슴슴하지도 않고, 겨자와 냉면을 듬뿍 넣어먹고 겨자와 냉면을 넣어 먹는 것을 식당차원에서 권장하는 영상이 TV와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냉면을 가위로 자르거나 겨자와 식초를 넣으면 안된다고 하던 그 '마니아'들이 설곳을 잃었다. 수력 발전소 전기를 쓰는 오디오의 음질이 더 좋다고 하다가 바보취급받는 것과 동일한 사례이다.
사실 인구도 많고 음식의 수요가 많고 따라서 음식점이 많은 서울 수도권의 평양냉면은 그 태생에서 발전과 개조를 거친 로컬화된 지방 음식으로 봐야 할 것이다. 육수만해도 고기 육수를 쓰는집과 동치미 육수를 쓰는 집이 있고 그 배합 비율에 따라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당연하듯이 지방으로 내려간 또는 지방에서 시작된 차가운 면 - 냉면은 지역 고객들의 입맞을 맞추도록 로컬화되었다.
'슴슴한' 냉면이 주를 이루는(사실 4대 냉면중의 하나라는 우래옥 냉면은 슴슴하지 않다) 서울의 평양냉면은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짠맛이 강해진다. 오산 평택 쯤만가도 서울의 냉면에 비해 짠맛이 강하다. 남쪽으로 더 내려가면 대전을 기점으로 호남과 영남식 면요리로 나뉜다. 호남(전라도)에는 냉면집이 많이 없다. 광주의 평양냉면집은 손 꼽을만 하다. 영남(부산)에는 지역의 면요리가 있다. 대구에는 유명한 평양냉면집이 많지만 서울식 냉면이 정착한 경우고,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부산에서 시작한 밀면이 있고 진주에서 시작한 진주냉면이 있다.
포항 로터리 냉면은 영남 지방의 로컬화된, 찬 육수에 면을 말아먹는 면 요리가 지역의 입맞에 맞도록 발전하고 개조된 냉면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영남지역의 냉면답게 육수가 짜다. 하지만 뒷맛이 깔끔하고 오래간다. 이런 육수 만들기 쉽지 않다.

고명으로 여러점의 편육, 배채와 오이 몇 조각, 그리고 무절임이 올려져 있다. 서울의 냉면집에도 무절임이 고명으로 들어가는 경우는 많으나, 여기처럼 고추가루에 버무린 무절임이 올라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부산의 밀면에는 고추가루에 버무린 무절임이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영남지역 면요리의 특징중의 하나다. 고추가루의 함량은 집마다 다르지만, 강한 맛, 즉 짜고 매운맛을 좋아하고 익숙한 영남 지역 사람들의 입맞에 맞춰진 것이다.
영남지역의 면요리가 다 그렇듯이, 또 당연하게 면을 풀면 육수의 짠 맛이 순식간에 희석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면의 맛과 짠 육수맛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 하는 것이다. 육수에 질 나쁜 간장을 부었다면 면의 성분에 따라 맛이 많이 달라진다. 부산의 밀면집에서 한약재를 육수에 넣는 이유도 이런것이다.
로터리 냉면은 100%는 아닌 것 같지만 메밀면이다. 짠 육수는 메밀면과 잘 어울린다. 일본 면요리 소바가 그렇다. 면에 질 나쁜 간장을 부었다면 안 좋은 뒷맛이 강하게 남는데, 일본에서 맛있는 소바 육수를 만드는 사람을 장인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그런 것이다. 그런 점에서, 로터리 냉면의 육수는 지역에서 50년을 같은 메뉴로 같은 장소에서 팔면서 명성을 얻었음을 알수있게 하는 맛을 낸다. 간장 육수의 뒷맛이 깔끔하기 쉽지 않은데, 면과 섞었을 때 육수의 짠맛이 육수로 흡수되고 육수의 메밀맛이 짠맛을 희석시키면서 고명과 어울려 조화로운 맛을 낸다.
배와 오이도 자칫 짠비린내가 날 수 있는 맛을 잡으며 청량함을 더한다. 의외로 면과 고명을 섞은 후 무절임의 맛은 많이 느껴지지 않는다. 무절임은 맛이라기 보다 면과 함께 씹을 때 느껴지는 식감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적당히 절여져 따로 놀지 않고, 절인지 오래되지도 않아 신맛으로 맛을 해치지도 않는다.

맛있다.
더운 날이라 짠 맛이 더 반갑게 느껴졌는지도 모르지만 지역에서 같은 메뉴로 같은 장소에서 50년을 이어왔다는 것이 한 번에 이해갈만한 맛이다. 면의 배합이나 느껴지는 맛의 내공으로 봐서 비빔냉면도 상당한 맛을 낼 것 같다.
잔으로 제공되는 육수는 냉면에 들어가는 육수를 식히기 전의 그대로 인듯 한데, 그냥 마시기에는 조금은 짜지만 비빔냉면과 함께 먹었을 때 느낄 수 있는 그 행복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지역에서 뜻하지 않은 맛집을 발견하는 것은 큰 기쁨이다. 거리가 멀어서 일부러 찾아오지는 못하겠지만, 포항에 들릴 일이 있다면 꼭 들리고 싶은 집이다.
위치: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상원동 4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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