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평양냉면

평택 고복수 평양냉면

Cold Noodle 2025. 8. 27. 16:22

자주 가는 평택에 들렀다 오는 길에는 항상 진주냉면 산홍 오산 평택 직영점에 들러 진주냉면을 먹는다. 평택에 더 자주 들리게 되는 이유 중 하나인데, 이번에는 인구 많은 평택의 로컬 냉면을 맛 보고 싶어 다른 곳을 검색했다. 다른 글에서 언급한 적 있지만 원조 평양냉면은 슴슴한 육수에 만 메밀면에 취향껏 겨자와 식초를 추가해 먹는 형태이고(옥류관 경험담으로 볼때), 이 냉면이 서울로 내려오면서 싱거워진다.  물론, 인구 많은 서울에는 다양한 냉면의 바리에이션들이 있지만 유명한 평양냉면은 대부분 간이 슴슴하고 싱겁다. 대부분의 경우(남대문시장 부원면옥 등을 제외하고) 식초나 겨자를 첨가하지 않는 것이 맛있다. 서울에서 옆쪽으로는 조금 다른 배리에이션이 있는데, 인천과 백령도에는 육수가 진하고 굵고 조금은 질긴 면을 쓰는 황해도식 냉면이 유명하고, 양평에 있는 옥천냉면도 황해도식이다.

 

싱거워진 냉면의 간은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짠맛이 더해진다. 충청도까지만 가도 짠맛이 강해지고(대전의 사리원 냉면은 황해도식에 가깝고, 숫골원 냉면은 평양냉면이지만 꿩육수가 서울보다 짜다), 대전을 기점으로 왼쪽(호남지역)에는 냉면을 잘 먹지 않고, 오른쪽(영남)으로 가면 냉면에 짠맛이 점점 강해지다가 부산으로 가면 급기야 다대기가 들어가는 밀면이 등장한다.

 

오늘 들린 고복수 평양냉면은 경기도와 충청도의 접경에 있는 곳인데, 80년째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집이라고 해서 기대를 가지고 방문했다.

 

 

일제 강점기때 창업자 고학성 옹께서 평안도 강계에서 중앙면옥이라는 이름으로 냉면을 팔기 시작한 것이 시초라고 한다. 이후 2대 고순은 여사께서 1971년 대구에서 강서면옥이라는 이름으로  식당을 열었고, 1974년 평택으로 이전하여 상호를 평택 고박사 냉면으로 상호를 변경했으며, 3대 고복수 사장께서 1797년 유지를 이어받아 식당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3곳의 분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천안과 용인 수지에 분점이 있고 서울 연희동에도 분점이 있다.

 

평양냉면이 주 메뉴인 식당에는 제육이나 편육 외에 냉면과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사이드 메뉴가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래옥이나 강남 진미평양냉면처럼 불고기인 경우도 있고, 봉피양에서는 돼지갈비를 판다. 이외에 흔히 볼 수 있는 사이드 메뉴가 녹두전인데, 평택 고복수 냉면에서는 녹두전을 판다. 냉면과 녹두전으로 유명한 곳은 남대문시장 부원면옥인데, 녹두전이 냉면과 의외로 어울린다. 다만, 평양냉면의 어쩌면 약간은 싱거운 맛과 녹두전(또는 빈대떡)을 먹다보면 느끼해지기 마련인데, 부원면옥에서는 고추가루 양념이 된 닭무침이나 제육무침도 있어 같이 먹으면 느끼한 맛을 잡아준다. 

 

메뉴에 불고기도 있고 고기만두, 떡갈비 등의 메뉴가 있는데, 80년 전통의 냉면집 치고는 메뉴에 가지수가 많은 편이다.

 

평택 고복수 평양냉면은 우선 보기에 경상도 쪽의 로컬 냉면과 보기에 비슷하다. 육수의 색깔이 조금은 탁하고 갈색 빛을 띄는 것으로 봐서 빛깔만봐도 을지면옥이나 필동면옥의 냉면과는 맛이 확실히 다를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육수가 투명하지 않고 탁한 것으로 봐서 동치미를 섞지 않은 고기 육수인것 같고, 면은 보기에도 확실히 메밀면이다.

 

서울에서 남쪽으로 내려갈 수록 냉면에서 짠맛이 강해지는 경향이 있는데(경상도 남쪽으로 더 내려가면 매워진다), 평택 고복수 냉면의 육수는 서울의 평양냉면과 비교할 때 짜다. 짠맛만 느껴지는 곳도 있고 감칠맛이 강한 곳이 있는데, 고복수 냉면의 육수는 80년 전통의 냉면집 답게 당연히 감칠맛쪽이다.

 

면을 풀기전에 육수를 맛 보니, 서울쪽 평양냉면의 슴슴한 그 맛과 남쪽의 짠 감칠맛이 강한 그 맛의 딱 중간에서 균형을 맞추고 있는 느낌이다. 짜다고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짜다. 이런 맛을 내기는 쉽지 않은데, 이것이 80년간 냉면집을 이어온 비결인 듯 하다. 약간의 청량감도 느껴지는데, 육수의 비법이 궁금하기도 하다.

 

고명은 단촐하다. 지방의 냉면은 고명으로 여러가지가 올라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면과 육수만으로 맛을 내기 어려워 이를 고명으로 감추려는 의도이다. 창원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육전냉면, 최근 프랜차이즈가 많이 생기고 있는 교동면옥은 그 육전 고명을 더 강조하여 승부를 보는 경우인데, 평택 고복수 냉면은 80년 전통을 강조하는 냉면 답게 고명보다는 육수와 면 그 자체로 맛을 충분히 낸다는 의미이다.

 

삶은 계란 반쪽은 당연히 올라가 있고, 제육 몇 점과 양념없이 절여진 무 절임이 올라가 있다. 지방의 냉면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계란 지단이나 양념된 무절임, 오이 등의 고명 따위는 없다. 사파 냉면이 아닌 정통파 평양냉면이라는 뜻이다. 서울과 대전의 중간쯤에 있는 딱 그 맛과 구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면을 풀고 냉면을 맛 보니, 육수의 맛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 면을 풀면 메밀맛이 육수에 풀려 육수맛이 많이 변하는 냉면집이 많고 그 또한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고복수 평양냉면은 메밀에 섞은 전분 때문인지 육수의 맛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 육수가 그렇게 맛이 뛰어나지 않아도 면을 풀면 맛이 좋아지는 경우가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는데, 고복수 평양냉면은 육수의 맛도 좋고 면을 섞었을때의 맛도 좋다. 오랜 기간 냉면을 팔면서 얻은 노하우에서 비롯되는 맛이다. 처음의 냉면에서는 맛이 변했을 것이고, 지역 손님의 입맞에 맞춰 약간은 로컬라이즈 되었을 것인데, 육수와 면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은 듯 하다. 수지와 연희동에 있다는 지점의 맛도 궁금하다.

 

한마디로 맛있다.

 

그런데 그냥 맛있다. 을지면옥이나 봉피양처럼 냉면 한그릇에 감동을 느낄만한 맛은 아니다. 우래옥처럼 시그너처화 될 수 있는 그런 구성의 맛도 아니다. 그렇다고 일반 동네 냉면집과 비교할 수 있는 그런 맛은 당연히 아니다. 80년 전통의 내공이 그대로 느껴지는 맛이고, 냉면집으로 최상위에 랭크될 수는 없으나 그 바로 아래에 랭크될 수 있는 그런 맛이다.

 

평택에 산다면 자주 와서 먹고 싶은 그런 맛이다. 일부러 찾아고 싶은 맛 까지는 못된다. 많아야 서너달에 한 번 방문하는 평택에서 올때 냉면 한 그릇을 먹으라고 한다면 들러서 먹고 싶은 맛 정도. 그런데 평택 근처에는 진주냉면 산홍이 있다. 아마도 두 곳중 한 곳을 택한다면 나는 진주냉면 산홍으로 갈 듯 하다.

 

위치: 경기도 평택시 합정동 9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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