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평양냉면

봉피양 판교점

Cold Noodle 2025. 11. 9. 13:10

내 최애 평양냉면은 단연 봉피양이다. 평양냉면이라는 음식을 처음으로 접한곳은 부산의 원산면옥인데,  부산 서면 뒷골목의 양념장 육수 냉면에 길들여져 있던 나에게 심심한 맛의 면 요리에 대한 눈을 뜨게 해 준곳이다. 남쪽으로 내려갈 수록 짠맛이 강해지는 평양냉면의 특성에 따라 서울의 평양냉면보다는 짠 편이다. 포항의 로타리 냉면과 비슷한 맛? 그런데 부산의 원산면옥이 의외로 평양냉면의 원류에 가깝다고 한다. 개업한지 70년이 넘었고, 창업자는 원산에서 냉면집을 운영하던 오길선님이 1.4 후퇴때 부산까지 피난을 와 차린 식당이 평양냉면이다. 아마 부산 현지인의 입맛에 맞게 개량되었을 것이다. 부산에 살 때는 냉면을 그리 자주 먹지는 않았다. 밀면이 있기 때문이다. 원산면옥에 가끔 가면 주로 비빔냉면을 먹었다.

 

서울에 와 살게 된 후 부산에서 먹었던 냉면맛을 다시 보게 해 준곳이 바로 봉피양이다. 가락시장 부근에서 살던 무렵, 정말 우연히 평양냉면 맛집이 집 근처에 있다는 소리를 듣고 찾아가 본 것이 내 냉면 라이프의 시작이었다. 처음 맛본 서울식 평양냉면의 맛은 충격적이었다. 어떻게 물이 이런 맛을 낼 수가 있지? 메밀로만 만든 면과 육수의 이 조화는 대체 뭐지? 중간 중간에 씹히는 물김치 고명의 이 신선한 식감은 또 도대체 어떻게 내는 거지?

 

그 후로 밖에서 식사를 할 일이 있으면 주로 냉면이었다. 대치동에서는 진미 평양냉면까지 먼 길을 다녔고, 광화문에서는 실로 을지로를 오가며 실로 행복한 냉면 라이프를 즐겼다. 은평에서는 의정부 평양면옥과 만포면옥이 있었고 역삼동에는 을밀대 분점이 있었다. 같이 외근이나 출장을 다닐때 냉면 좋아하는 이사님때문에 좋아서 혹은 억지로 평양냉면을 먹어야 했던 직원분들께 심심한 감사를 표한다(결코(!) 강요한 적은 없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냉면집은 주로 혼자 다녔다).

 

봉피양은 분점이 꽤 많다. 광화문에 있는 회사 다닐때 경복궁 근처에 봉피양 분점이 2개나 있었다. 거의 출근 도장 찍다시피 다녔다. 어리던 아이들을 불러 갈비와 평양냉면을 같이 먹는 것이 큰 삶의 낙이었다.

 

어쩌다보니 판교까지 와서 살게 되었고, 냉면 라이프는 크게 좌절되었다. 강남이나 을지로에 비하면 분당에는 감동적인 냉면집이 없다. 능라도가 있으나, 개인적으로 (지금의)능라도는 평양냉면 탑티어는 아니다. 고기리 막국수가 근처에 있어 아쉬움을 달래주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맛있는 막국수이지 평양냉면은 아니다. 하지만 나를 구원한 곳이 있었으니, 봉피양 판교점이다. 회사와 아주 가깝다. 근처에 평가옥 분점도 있지만 비교할 바가 못된다.

 

 

점심때는 사람이 꽤 있으나, 젊은 개발자들의 상징과도 같은 이 곳에서 나이든 사람의 음식 이미지가 강한 평양 냉면은 그렇게까지 인기는 없는 모양이어서, 웨이팅 해 본적은 손에 꼽는다. 그래도 점심시간에 혼자 가면 눈치 보여서, 점심시간에는 일하다가 조금 한가해지는 시간에 찾아가서 먹곤 했다. 방문한 날은 일요일이라 점심시간 이지만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사실 분점이 본점보다 맛있는 경우는 결단코 없다. 이름난 음식점 분점에 방문하여 앉아 가슴 졸이는 것이 본점의 맛을 얼마나 따라갈까 하는 것이다. 본점의 맛과 거의 비슷한 맛을 내는 분점들이 있다. 오장동 흥남집 고양 스타필드 점, 의정부 평양면옥 고양 스타필드점, 진주냉면 산홍 평택오산 직영점등이다. 맛의 시그너처는 따라가지만 본점에 비해 많이 아쉬운 곳들이 내부분이다. 그리고 분점이 여러군데 있는 프랜차이즈의 맛은 각 분점마다 차이가 난다. 오장동 흥남집 고양 스타필드점은 오장동 본점과 거의 비슷한 맛을 내지만, 분당점은 맛이 떨어진다. 봉피양의 경우도 경복궁점과 삼청동점이 바로 근처에 있음에도 맛 차이가 난다. 본점에 비하면 떨어진다. 다행은 봉피양은 분점과 본점의 맛이 크게 다르지 않는 아주 '바람직한' 프렌차이즈라는 것이다.

 

 

봉피양은 단일 식당으로 연매출 100억원이 넘는 벽제갈비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따라서 갈비 메뉴가 있다. 벽제갈비의 설렁탕은 정말 유명하다. 식객의 설렁탕편의 모델이 되었을 정도다. 아주 고급식당이다. 그런 만큼 가격이 아주 사악하다. 그리고 고기는 정말 맛있다. 광화문 그랑서울에 있는 벽제갈비 분점에서 먹은 소생갈비는 아직도 No.1 으로 꼽을만큼 엄청나게 맛있다. 봉피양 역시 벽제갈비의 메뉴들을 판다. 맛도 나쁘지 않다. 사악한 가격. 하지만 그만큼 맛있기도 하다. 

 

 

봉피양에서는 다른건 필요없다. 냉면만 있으면 된다. 물론 최상급의 돼지갈비와 함께 맛보는 평양냉면 또한 삶의 모든 근심을 잊게 할만큼 훌륭한 맛을 낸다. 하지만 다른건 필요없다. 냉면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만두 따위에 냉면의 맛을 해치는 건 금기이다. 식초나 겨자는 맛을 해친다. 아무것도 없이 그 냉면 하나만으로도 너무나 족하다. 면을 풀지 않고 육수를 맛보면, 아.. 하는 감탄이 언제나 흘러나온다. 물이 어떻게 이런 맛을 낼 수 있을까.

 

 

고명은 본점과 동일하다. 3점의 편육과 물김치, 그리고 계란지단. 다른 고명은 없다. 면을 풀고 육수를 맛 보면 구수한 메밀의 맛이 육수에 풀려 면을 섞지 않았을 때와 다른 맛을 낸다. 진한 고기 육수에 약간의 식물성 맛이 더해지고 물김치의 시큼한 맛이 더해진다. 이것이 바로 조화이다. 개인적으로는 봉피양 육수는 텀블러에 테이크 아웃이 가능해야 한다고 우길 정도로 순수 육수의 맛을 좋아하지만, 식사로서의 기능을 생각한다면 육수 맛만으로 포만감을 줄 만큼 훌륭하다.

 

메밀이 100%인 봉피양 냉면의 면은 아무래도 여타 전분이 들어가지 않은 만큼 조금 뻑뻑하다. 육수의 감동을 느끼며 면을 먹다보면 조금은 텁텁하게 느껴진다. 이 텁텁함은 물김치 고명이 100% 상쇄한다. 텁텁함이 느껴질 만 할때쯤 물김치 고명을 면에 싸 먹으면 텁텁함은 완전히 사라지고 청량함이 느껴진다. 이때 육수를 한모금하면 감탄이 절로 흘러나온다. 

 

참을 수가 없는 맛이다. 면이 줄고 육수가 주는 것을 안타까워 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고기 고명은 말할 것 없이 훌륭하다. 최고 갈비 전문점에서 운영하는 냉면 식당이니 그렇지 않을 수가 없다. 분점은 본점보다 회전율이 떨어질 것임에도, 고기 고명 또한 훌륭하다.

 

 

육수 한 방울까지 남길 것이 없다. 신비로울 정도로 맛있다.

 

본점에서 나오는 수육 2점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방이동까지 가는 수고로움을 덜면서도 이정도의 맛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만족스럽다.

 

분당에서 최고의 평양냉면은, 단연코 봉피양이다. 분당에 봉피양 본점이 2군데 인데, 두 곳 모두 실망시키지 않는다. 

이런 맛, 국가 문화유산으로 지정해서 보호해야 한다.

 

위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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