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평양냉면

삼성동 경평면옥

Cold Noodle 2026. 4. 13. 17:24

아무리 음식은 재료 원산지가 맛있다, 그 음식이 만들어진 고향이 맛있다 해도 아무래도 음식이 가장 맛있는 지역은 사람 많은 곳이다. 유동인구 많은 곳의 음식이 아무래도 맛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돈이 모이는 곳이고 돈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음식점이 많이 생기고 음식점끼리 경쟁하다 보면 당연히 음식의 맛이 평균적으로 올라간다. 개인 경험으로 대한민국에서 맛있는 음식점이 가장 많은 곳은 여의도다. 부산 만큼 맛있는 돼지 국밥집이 있고, 부산 만큼 맛있는 밀면집이 있고, 낙곱새는 용호동보다 더 맛있는 곳, 그러면서도 평양냉면에서 떡볶이, 홍어회까지 없는 음식이 없는 곳이 바로 여의도다.

 

그런데 그런 의미에서 좀 이상한 곳이 삼성동이다. 여의도 만큼은 아니지만 유동인구가 엄청나게 많은 곳이고, 그만큼 음식점도 많다. 다른 점이라면 음식점이 모두 지하에 몰려있는 것이랄까. 음식점이 지하에 몰려있는 이유일까. 정말 많은 음식점이 있고 다양한 음식들이 있지만 그렇게 특출나게 맛있는 곳은 또 없다. 평균적인 맛. 먹을만 하지만 일부러 찾아와서 먹을 정도는 아닌 딱 그 정도의 맛. 그러다가 특출나게 맛있는 음식점을 발견하면 지하가 아니다. 삼성동에서 지하가 아닌 음식점을 찾아가려면 동선이 복잡해진다. 지하에 위치한 음식점과 맛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빅데이터 분석을 한번 해보고 싶기도 하다. 시간날 때 데이터를 한번 찾아봐야 하겠다.

 

삼성동 지하에는 평양냉면이 없다. 이 사람 많은 곳에 분점이라도 하나 있을 만 한데 없다.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일주일에 최소 두 번 이상은 오는 삼성동에 평양냉면이 없다니. 그러다가 한 군데 찾았다. 역시나, 지상이다. 바로 찾았다. 삼성동 경평면옥이다.

 

 

코엑스 스타필드를 나와 선릉쪽으로 한 블록만 걸으면 코엑스 만큼이나 음식점들이 많다. 점심시간이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고 좀 더 맛있는 음식을 먹고싶은 근방 직장인들은 이곳을 찾는 것 같다. 골목 골목에 음식점들이 있고, 오래된 곳도 많다. 십몇년 전 대치동을 자주 다닐때 몇번 가 봤던 음식점들이 영업을 계속하는 곳이 있다. 확실히 지상에 맛집이 많다.

 

경평면옥은 논현동에 있는 평양면옥에서 주방장으로 계시던 분께서 독립해 차린 곳이라고 한다. 논현동 평양면옥은 의정부 계열 냉면이다. 의정부 평양면옥의 창업자인 김경필 님의 세 딸이 필동면옥, 을지면옥, 평양면옥으로 독립하셨는데 논현동 평양면옥은 막내딸이신 변정속님께서 운영하는 곳이고, 그렇다면 의정부 계열의 평양냉면이다. 의정부 계열 냉면의 특징, 가늘고 100% 밀이 아닌 면, 맑고 시원한 육수, 파, 냉면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편육 이런 의정부 계열 냉면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는 곳이라는 뜻이 된다.

 

 

가격은 평양냉면 기준 15,000원. 장소 대비 그렇게 비싸지는 않은 가격이다. 사실 평양냉면은 만드는 수고와 음식의 품질에 비해 그렇게 비싼 음식은 아니다. 불고기 메뉴가 있고 어복 쟁반이 있다. 어복 쟁반이 있다는 것은 북한 음식을 제대로 하는 곳이라는 의미이다. (뭐 항상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만두와 만두국 메뉴가 있고, 사진에는 없지만 당연히 제육과 편육 메뉴가 있다. 을지면옥과 의평옥 필동면옥 장충동 평양면옥과 동일한 구성이다.

 

 

어라? 의정부 계열 냉면인데 고추가루가 안 보인다. 의정부 계열 냉면의 시그너처중 하나가 고춧가루가 조금 뿌려지는 것이고, 고기육수 - 파 - 고춧가루로 이어지는 3단계 맛이 완성되는 필수 고명중의 하나인데 여기서는 안 보인다. 주방장께서 다른 길을 택하셨나 싶었는데, 기억을 더듬어 보니 논현동 평양면옥 냉면에도 고춧가루가 없었던 것 같다. 장충동 평양면옥에서도 고춧가루가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분당에 있는 평양면옥 분점에서는 확실히 고춧가루가 없었다. 

 

그러고보니 의정부 계열 냉면중에 장충동 평양냉면 계열의 냉면에는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는 것 같다. 강남 진미평양냉면에서도 고춧가루는 없었던 듯 하다. 오늘 처음 알았다.

 

면을 풀기전, 육수를 한 모금 맛 본다.

어라? 짜다. 많이 짜다. MSG가 안들어 갔을리는 없겠지만 MSG의 짠맛은 아니다. 그렇다고 간장이나 소금의 그 짠맛도 아니다. 오랜시간 육수를 우려내면 짠맛이 조금 강해지고, 그 맛이 MSG + 간장 + 소금이 가해진 강한 짠맛이다. 평양냉면의 그 슴슴한 육수맛이 아닌 것은 틀림없다. 나중에 후기를 보니 '평양냉면 입문자'에게 추천할만한 맛이라고 하던데, 그게 이런 맛인가보다. 별로다. 

 

 

고명은 의정부 계열 평양냉면의 정석이다. 제육 두점과 편육 한 점. 여기 제육은 소고기인 것 같다. 파와 무절임, 그리고 삻은 계란. 개인적으로 평양냉면에는 삶은 계란이 안 올라가도 상관 없다고 생각하고, 다른 고명은 메밀 면의 텁텁함을 달래줄 수 있을 정도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단, 고명이 과하면 안된다) 평양냉면에서 고명으로 올라간 고기는 정말 중요하다. 냉면에 싸먹는 고기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따로 주문한 편육이나 제육을 냉면에 싸 먹는 것과는 다르다. 따로 주문한 편육이나 제육은 그 기름기가 있어 면와 싸먹기 위해 냉면에 담갔을 때 기름이 육수에 퍼져 그 맛을 해칠수 있다. 까다로운 것이 아니고, 평양냉면 육수의 그 온전한 맛을 느끼고 싶은 경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불고기를 냉면에 싸 먹거나, 돼지 갈비를 냉면에 잘 싸먹지 않는다. 그 강한 기름기가 냉면 육수에 섞이면 평양냉면 육수라 부를 수 없는 완전히 다른 맛이 된다.

 

경평면옥의 고명으로 올려진 편육과 제육은 충분히 좋다. 맛있다. 식감도 좋다. 그런데 의정부 평양면옥의 그 정도까지는 아직 부족하다. 소고기 편육은 특유의 툭툭 끊어지는 맛이 있는데, 그 맛은 메밀 면과 상당이 어울린다. 

 

면도 상당히 괜찮은 편이다. 약간은 미끌미끌한 느낌이 있는 의정부 평양면옥의 맛은 확실히 아니다. 평양면옥이 뿌리이지만 까끌까끌한 평양면옥의 면과도 조금 다르다. 면은 필동면옥이나 을지면옥에 가깝다. 툭툭 끊아지지만 봉피양이나 능라도 정도는 아니고, 약간의 밀이 더해져 평양냉면치고는 쫄깃(?)할 수 있는 그 면이다. 괜찮다.

 

 

면을 풀면 확실히 짠맛이 중화되긴 하지만 여전히 짜다. 평양냉면치고는 상당히 짜다.

 

육수가 많이 짠 것을 빼고는 괜찮은 맛이다. 매일 줄 서서 먹을 정도는 아니더라도, 평양냉면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먹고 싶을 때, 을지로나 방이동, 하다못해 마포나 논현동을 갈 형편이 안된다면 그럭저럭 만족하며 먹을 수 있을 정도의 맛이다.

 

위치: 서울특별시 강남구 삼성동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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