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평양냉면

을지면옥

Cold Noodle 2026. 1. 13. 12:51

광화문 근처에 갈 일이 생겼다. 광화문 근처에는 가끔씩 방문할 일이 있는 편이지만, 브레이크 타임때문에 시간이 맞지 않아 가보지 못했던  을지면옥에 마침 시간이 맞아 가 보았다.

 

평양냉면을 소개할 때 웬만하면 빠지지 않는 곳이 을지면옥이다. 평양냉면을 굳이 분류할 때, 의정부 평양면옥, 장충동 평양면옥, 을밀대, 우래옥을 "태초의" 냉면이라고 칭하는데 이 태초 냉면의 뿌리가 되는 곳 중의 하나인 의정부 평양면옥의 적자 중 가장 유명한 곳이 바로 을지면옥이다.

 

을지면옥의 뿌리는 의정부 평양면옥이다. 의정부 평양면옥은 평양 출신의 김경필 님이 1.4후퇴 때 월남해 1969년 경기도 연천군에서 개업했고, 이후 1987년에 의정부로 이전하여 현재까지 영업중인데, 의정부 평양면옥이 가지를 뻗은 곳이 필동면옥과 을지면옥이다. 을지면옥은 의정부 평양면옥의 창업자인 김경필님의 둘째 딸이 운영하시는 곳이다. 필동면옥은 첫째 딸이 운영하시는데, 사실 장충동 평양면옥은 김경필님의 시아버지가 창업하신 곳이니 한국 평양냉면의 원조로 인정받는 곳의 50%는 의정부 평양면옥 계열이라 할 수 있겠다.

 

을지면옥은 1985년 을지로 3가에서 문을 열어 37년간 영업했다. 필자 역시 냉면 육수와 편육이 소주 안주로 거의 최고라는 것 알게된 후 뻔질나게 다녔다. 그러다가 2022년 세운상가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어 재개발 시행사와 소송하다가 문을 닫았다. 그리고 2년이 지난 2024년 겨울 낙원동에서 재오픈 했다.

 

 

경복궁 바로 길건너에 있는 회사에서 6년 가까이 근무했는데, 그때는 을지면옥의 을지로 3가에 있었다. 그때는 그렇게 자주 가지는 못했다. 회사에서 걸어갈만한 거리에 있는 낙원상가는 뻔질나게 다녔는데, 지금까지 그 회사를 다닌다면 정말 자주 갈듯 하다. 회사가 강남인 지금은 아쉬울 뿐이다.

 

이전하기 전의 을지면옥은 37년된 노포답게 허름했다. 작은 건물에서 시작해 같은 건물내에서 2층 3층으로 확장한 가게답게 동선은 복잡하고 불편하지만 냉면 육수 한모금과 제육 한점에 모든 것이 용서되던 곳이었다. 깨끗이 새 단장한 을지면옥이 조금은 낮설기도 하지만 을지로 3가에서 운영하던 시절의 간판이 걸려있다. 반갑다. 

 

 

평양냉면에는 고명으로 고기가 올라온다. 법칙이다. 고명으로 고기가 올라오지 않는 평양냉면은 없다. 만약 고명에 고기가 빠져있다면 그건 평양냉면이 아니다. 당연하다, 평양냉면 육수는 고기를 삶아서 내기 때문이고, 육수가 우려난 고기는 당연히 수육 또는 제육이 되고 훌륭한 음식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평양냉면집에는 냉면에 얹혀 나오는 고명외에도 제육이나 편육 메뉴가 있다. 을지면옥에도 당연히 제육과 편육 메뉴가 있는데, 의정부 계열 냉면의 제육과 편육이 가장 맛있기로 정평이 나있다. 봉피양 냉면을 가장 선호하지만, 육수와 어우러진 편육의 맛은 의정부 계열 냉면이 최고다. 필동면옥과 을지면옥, 의정부 평양면옥이 모두 그러하다.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그만큼 맛있다는 냉면집답게 메뉴는 단출하다. 냉면은 당연하고 국밥과 불고기가 있다. 소고기 국밥과 불고가가 원래 있었나? 하는 의문이 든다. 을지면옥에 많이도 갔었지만 그때는 메뉴를 보지도 않고 냉면과 편육을 외치고 소주 한잔에 편육 한점 육수 한모금에 집중하던 때라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국밥과 불고기를 먹는 손님들을 본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만큼 여기 오는 사람은 냉면을 먹으러 오는 것이라는 뜻일게다. 국밥집에 가족 손님을 위한 돈까스 메뉴가 있는 것 처럼, 평양냉면 마나아인 남친 또는 여친, 남편 또는 아내를 두었지만 평양냉면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메뉴일 수도 있겠다.

 

의정부계열 냉면의 육수는 투명하다. 곰탕보다 더 투명하다. 곰탕 국물에는 기름이 떠 다니지만 이 육수에는 기름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또한 대부분의 의정부 계열 평양냉면에는 고추가루가 뿌려지고, 얇게 썬 파가 올라가 있다. 진한 고깃국물이라는 증거다. 설렁탕과 곰탕에는 반드시 파가 들어간다. 고깃국물에는 파가 아주 잘 어울린다. 그리고 매운 맛 역시 그러하다. 필자는 선호하지 않지만 설렁탕이나 곰탕에 김치국물을 넣어 드시는 분이 많듯이, 조금 매콤한 맛이 육수의 감칠맛을 더해준다.

 

고명은 평양냉면의 정석 그대로다. 평양냉면의 원조가 되는 집이니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다. 제육 두 점과 편육 한 점, 삶은 계란이 전부다. 이런 고명만으로 이런 맛을 내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지만, 그런것이 평양냉면이다. 이전 후 바뀐 것이 있을까 걱정 반 기대 반이었으나, 변한 것은 없다. 노포답다.  

 

면을 섞기 전 육수를 한 모금 맛 봤다.

어라? 을지면옥 육수가 원래 이런 맛이었나?

 

기억보다 싱겁다. 내가 기억하던 을지면옥 육수는 보다 진한 맛이었다. 봉피양이나 을밀대와는 다르지만 육향이 진한 맛. 데워서 밥을 말면 바로 곰탕이 될 것 같은 그런맛. 그런데 육수가 밍밍하다. 얼마전에 갔던 동일 계열의 냉면인 의정부 평양냉면의 육수와 비교하면 많이 밋밋하고 싱겁다. 을지면옥에 너무 오랜만에 와서 맛을 잊어버린건지, 아니면 봉피양이나 능라도 같은 다른 육향이 진한 냉면집을 많이 다녀서인지 육수가 싱겁다. 밍밍하다고 해도 될 정도의 맛이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을지면옥의 냉면 육수는 소주 안주로 아주 잘 어울릴 정도의 육향 진한 맛이었다. 같이 갔던 직장 동료의 평도 같았다. 내 덕에 좋은 소주안주를 알게 되어 기쁘다고 할 정도였다. 

 

식당이 원래, 아침 일찍가면 원래의 맛이 안 날수도 있는 법이다. 특히 국물이 있는 음식을 하는 집이 더욱 그렇다. 국물이 있는 음식은 푹 고아내야 제대로 된 원래의 맛을 내기 마련인데, 아침에는 푹 고아내진 맛이 날 확률이 낮다. 부산의 돼지국밥집은 국물맛이 일정한 경우가 꽤 많은데, 그건 24시간 영업하는 집이 많아서 그렇다. 내 최애 돼지국밥집이었던 부산 조방앞의 마산국밥은 30년간 육수 솥의 불이 꺼지지 않은 걸로 유명한 집이었다. 아침이건 저녁이건 새벽이건 최고의 맛을 냈다. 그러다가 몇 십년간 운영하시던 할머니께서 자식에게 가게를 넘겨주시고 난 후 국밥집에 휴일이 생기더니, 밍밍한 그저 그런 국밥집이 되고 말았다. 물론 저녁에는(예전같지는 않지만) 맛있다.

 

내가 아침에 와서 이전의 그 맛이 나는 것이 아니기를 기대하면서, 냉면 한 그릇을 비웠다.

 

 

의정부 계열 냉면은 편육과 함께 먹으면 맛있다. 맛있는 정도가 아니고 감동적일 정도의 맛이 난다. 편육을 한 접시 주문해 먹었는데, 이 편육은 내가 기억하던 그 맛 그대로다. 편육을 찍어먹는 장 맛 또한 그대로다.

 

식당 문을 열면서 광화문에 또 언제올까.. 생각을 했는데 가까운 시일내에 일부러 찾아와서라도 맛을 확인해야 하겠다.

그때는 저녁에 와야겠다.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일대로 30길 12

'냉면 > 평양냉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성동 경평면옥  (0) 2026.04.13
봉피양 판교점  (0) 2025.11.09
능라도 본점  (0) 2025.11.02
평택 고복수 평양냉면  (0) 2025.08.27
포항 로타리 냉면  (1) 2025.08.17